[열린광장] 시각장애인의 미술작품 감상
“작품들의 색상(color)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예수님 인물화( Jesus portrait )는 너무 감동적입니다.” 여느 미술전시회에서나 작가들이 관람객으로부터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필자는 지난 달 20일 연 개인전에서 시각장애인 할머니 관람객으로부터 이 말을 들었다. 동생의 도움을 받아 전시회에 온 이 관람객은 수년 전 병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고 한다. 실명 전에는 그림을 무척 좋아했으며 시력을 완전히 잃은 이후 미술전시회 관람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동생은 자신이 언니에게 작품의 색상이며 형상을 일일이 설명하니 언니는 시각장애인이 아닌 것처럼 모든 전시작품을 즐겁게 감상했으며 너무 행복해했다는 것이다. 여러 번의 전시회를 열었던 필자는 시각장애인의 전시회 관람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그저 놀랍고 또 숙연함에 두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리고 감사함에 보답하는 의미로 필자의 작품세계를 좀 더 상세히 설명해줬다. 시각장애인들이 촉감으로 그림의 형상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는 미술작품 감상 보조장치 등의 도구도 없는 상태에서 시각장애인 관람객과의 대화는 작은 기적이며 필자에게는 영원히 기억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최근 시각장애인의 예술작품 감상을 돕기 위한 ‘블라인드 터치(Blind-touch)’ 장비 개발이 활발하다. 이는 3D프린터를 이용해 예술작품을 부조(relief) 형태로 제작해 시각장애인이 손가락 끝으로 더듬어서 그림의 형태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부분에 대해 부가적으로 오디오 설명 및 주변 효과음을 제공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재현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에게도 미술 작품 감상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고 한다. 이와 유사한 접근방식으로 미국에서 개발된 ‘터치 그래픽스’의 ‘테이킹 택틀 태블릿(Taking Tactile’ Tablet)‘은 터치 감지 그래픽으로 3D 모델에 통합된 NFC 태그를 기반으로 하고 착용식 NFC 판독기로 인쇄(부조 프린트)된 패턴을 감지하여 관람자가 손으로 작품 속에 있는 특정 물체를 만지면 해당 물체의 의미에 대한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어 장애인도 문화·예술 시설을 이용하고 문화·예술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법적 제도는 마련되었으나, 시각 위주의 전시문화로 인해 미술전시회를 한 번도 관람하지 못했다는 시각장애인의 비율이 96%에 이른다는 2014년도 조사결과도 있다. 최근 포스코와 경북도청이 공동 주최, 포스아트(PosART)로 조선시대 명화 56점을 선보인 ’철 만난 예술, 옛 그림과의 대화‘ 행사가 열렸다. 포스아트는 부식에 강한 철판에 수차례 반복적으로 물감층을 쌓아 올리는 적층 인쇄 기법으로, 시각장애인들이 촉감으로 그림의 형상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한다. 그리고 후천성 시각장애인 경우 미술작품에 대해 말로 설명해주면 그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많은 시각장애인이 문화생활을 향유하고 싶어 하지만 시각 위주의 문화예술 행사 및 관람 환경으로 인해 시각장애인에게는 그 장벽이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각장애인의 예술작품 감상을 돕는 ’블라인드 터치‘가 미술전시장에 널리 보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많은 시각장애인이 미술작품 감상의 즐거움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이 황 / 서양화가·칼럼니스트열린광장 시각장애인 미술작품 시각장애인 관람객 시각장애인 할머니 미술작품 감상